산업
CO₂ 북해 해저에 첫 저장
에퀴노르·쉘·토탈에너지, ‘노던라이츠’‘越境 CCS’ 프로젝트 본격 가동▶ 독일 시멘트공장 CO₂, 해양운송 통해 해저 2.6km 저장…越境 CCS 상업화 실현▶ 섭씨 1,450도 소성·암모니아 공정 등 ‘불가피한 배출’ 산업에 실질 해법 제시▶ 2028년까지 年 500만 톤 확장…스웨덴·덴마크 등 유럽 고객망 급속 확장
사진: 쉘
[넷제로뉴스] 북유럽의 한 외진 해안도시, 노르웨이 오이갈덴(Øygarden). 여름이면 하루 18시간 이상 해가 지지 않는 이곳에서, 2025년 8월 25일(현지시간) 세계 최초의 越境형 상업용 탄소저장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노던라이츠(Northern Lights)’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독일 브레빅(Brevik) 시멘트공장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CO₂)를 해양 운송으로 옮긴 뒤, 북해 해저 2,600미터 지층에 안전하게 영구 저장하는 혁신적 시스템입니다.
이 사업은 노르웨이 정부의 탄소저장 전략 ‘롱쉽(Longship)’의 핵심 사업으로, 에퀴노르(Equinor), 쉘(Shell), 토탈에너지(TotalEnergies)가 공동 소유·운영하고 있습니다.
쉘에서 파견된 운영책임자 악셀 플레너(Aksel Plener) 씨는 “노던라이츠는 유럽 산업 탈탄소화의 새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라고 밝혔습니다.
▶ 섭씨 1,450도 가마 위, CO₂가 잡힌다…‘포집–운송–저장’ 전주기포집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마테리얼즈(Heidelberg Materials) 브레빅 시멘트공장에서 시작됩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400,000톤의 CO₂가 흡수탑에서 아민(amine)이라는 화학물질과 결합한 뒤 액화되어 항만 저장탱크로 이송됩니다. 이는 공장 전체 배출량의 절반 수준이며, 프랑크푸르트–뉴욕 왕복 항공편 15만 회분에 해당하는 배출량입니다.운송은 세계 최대 규모 액화탄소 수송선인 ‘노던 파이어니어(Northern Pioneer)’와 ‘노던 패스파인더(Northern Pathfinder)’가 맡고 있습니다. 각각 7,500㎥의 CO₂를 싣고 36시간 동안 항해해 오이갈덴의 수용기지에 도착하며, LNG 연료와 풍력 보조 추진장치, 선체 윤활기술(air lubrication) 등을 통해 기존 선박 대비 약 34%의 탄소집약도를 줄였습니다.◇터미널에 CO2를 저장하는 탱크들 옆에 노던 라이트 시스템 엔지니어링 매니저 하이디 피엘방Heidi Fjellvang. 사진: 쉘오이갈덴에 도착한 액화 CO₂는 12개의 탱크로 옮겨지고, 다시 110㎞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해 해저 2,600m 깊이에 위치한 오로라(Aurora) 저장층으로 주입됩니다.노던라이츠의 시스템 엔지니어링 책임자 하이디 피에르방(Heidi Fjellvang) 씨는 “지하 수천 미터의 깊은 대수층이 천연의 금고처럼 작용해 CO₂를 영구적으로 격리하며, 실시간으로 저장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웨덴·덴마크·네덜란드 고객 확보…‘선박형 CCS 네트워크’로 확장노던라이츠는 선박 기반 탄소운송 모델 덕분에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고객을 확대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지녔습니다. 하이디 씨는 “접안 시설과 저장탱크만 있으면 어디서든 CO₂를 수송해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1단계 저장 용량은 연 150만 톤이며 이미 모두 예약된 상태입니다. 고객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시멘트공장을 포함해, ▲야라(Yara)의 네덜란드 암모니아 공장 ▲덴마크 오르스테드(Ørsted)의 바이오매스 발전소 ▲노르웨이 하프슬룬 셀시오(Hafslund Celsio)의 폐열발전소 ▲스웨덴 스톡홀름 에크사지(Stockholm Exergi) 등 유럽 각국의 탄소집약 산업체들입니다.2단계는 2028년까지 유럽연합(EU) ‘코넥팅 유럽 퍼실리티(CEF)’ 자금 지원을 받아 연간 500만 톤 이상으로 확장되며, 스톡홀름 에크사지는 연간 최대 90만 톤의 저장 계약을 이미 체결한 상태입니다. 에퀴노르는 2035년까지 유럽 및 미국에 걸쳐 총 3,000만~5,000만 톤 규모의 CCS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불가피한 배출’ 산업의 해법…IEA도 CCS 필수라 진단국제에너지기구(IEA)는 시멘트와 철강처럼 열처리 기반 산업에서는 공정상 불가피하게 CO₂가 발생하기 때문에, CCS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특히 시멘트 제조의 경우 석회석을 섭씨 1,450도로 가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화학적 CO₂가 배출됩니다.이번 노던라이츠 프로젝트는 이러한 산업 배출에 대해 실질적 대응책을 제시한 셈입니다. 토탈에너지의 넷제로사업 수석부사장 아르노 르 폴(Arnaud Le Foll)은 “노던라이츠의 출범은 CCS 산업이 ‘이론’에서 ‘현실’로 전환되는 순간이며, 유럽 산업 전체의 탈탄소 인프라를 여는 물리적 돌파구”라고 평가했습니다.▶ 탄소시장 지형도 바꿀 가능성…越境 저장의 제도 설계 주목노던라이츠의 본격화는 유럽 배출권거래제(ETS) 및 자발적 탄소시장(VCM)에도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특히 국가 간 배출–저장 분리 체계는 ‘감축 실적 인정(CORC)’ 및 거래 요건, 회계 처리 기준에 대한 국제적 조율을 필요로 하게 되며, 향후 전 세계 CCS 거버넌스 논의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큽니다.북해의 깊은 바닷속에서 시작된 이 기술 실험이 과연 산업시스템 전반의 탄소 감축 흐름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넷제로뉴스
2025.08.26